“감성과 감각이 중요, 어떤 콘텐츠에도 이것이 살아있어야 해.”
“더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아…그만큼 뛰어난 프로그램이 중요”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스튜디오 버스정류장은 CJ ENM 출신 오관진 CP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다. CJ ENM과 스튜디오 룰루랄라(옛 JTBC 스튜디오) 등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던 PD·CP들이 의기투합, 지난해부터 드라마, 예능,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10년 이상 몸담았던 방송국을 떠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뜻을 함께하는 동료,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만큼 그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각광받는 등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이 오 대표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대 콘텐츠의 시대’이지 않나. 그런데 방송사에서는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방송사에 있으면 기획부터 컨펌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 예산을 받기까지. 그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IP 시대다. 그런데 어딘가에 소속이 돼 있으면, 그것은 나의 IP가 아닌 것이 된다. 이러한 부분들도 박차고 나오는 이유가 됐다.”
MBN·K-STAR 예능 ‘빽 투 더 그라운드’와 웹예능 ‘엔터로’, ‘백곱투어’, ‘家보자고 풍하우스’ 등 여러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아직은 설립 초기이기에 오 대표의 의도가 베일을 벗는 단계지만, 추후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스튜디오 버스정류장만의 색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면서 가능성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버스정류장이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다. 버스(BUS)이기도 하면서 메타버스(Metaverse) 할 때의 ‘vers’를 따기도 했다. 스테이션(station, 역)은 방송사지만, 메타버스와 같은 특별한 기술들과도 접목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간 본 적 없는 콘텐츠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도 함께 겨냥할 계획이다.”
‘엔터로’ 시리즈가 그 시작이 될 계획이다. 앞서 유튜브 통해 공개된 ‘엔터로’는 반인반봇 장수원, AI로봇 양기웅 등 로봇들의 엔터테인먼트 방문기를 다뤄 유튜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었다. 특히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중, 소형 엔터테인먼트에서 고군분투 중인 이들의 이야기 통해 차별화된 재미, 메시지를 남겼었는데 시즌2에서는 메타버스 기술 등 접목해 ‘엔터 월드’를 구축, 콘텐츠와 세계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열 생각이다.
“‘엔터로’ 시즌2 준비를 준비 중이다. 시즌1을 통해 가능성과 부족한 부분들을 동시에 알게 됐다. 케이팝(K-POP)을 향한 전 세계인들의 엄청난 반응은 있지만, 사실 해외에 알려진 아이돌이 아닌 그룹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며 준비하는지, 그 내막에 대해선 모르지 않나. 이들을 해외에 알려보자는 콘셉트였다. 여기에 출연했던 엔터사들이 한 곳에 모인 가상의 세계관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한데 모아 디지털 굿즈, 디지털 전화번호부 등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좀 마련하면 관심을 집중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오 대표는 남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것이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됐던, 또는 비주류 엔터사들의 아티스트가 됐던, 스튜디오 버스정류장만의 감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기 소재, 출연자 등을 활용해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었지만, 오 대표는 조금 다른 선택들을 해 나가고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자고 모인 것이 아닌가. 올해부터는 우리만의 색깔을 좀 보여주고자 한다. 두 가지를 강조했었다. 감성과 감각. 어떤 콘텐츠를 하더라도 이것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남다른 감각이 있어야 우리만의 감성이 나오는 것이고. 모든 장르에는 그 감성이 들어가야 자신만의 개성, 색깔이 나올 수 있다고 여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도전하는 전문 인력들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뛰어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여기고 있다.
“계속해서 발전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유튜브가 레드오션이 맞고, 그래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더욱 몰리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몰릴 것이다. 더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3사만 있던 시절에는 틀면 고정 시청률이 가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신 누가봐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 맞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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